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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주미경 시인의 나 쌀벌레야 알아보기

공모전/좋은 동시

by 날마다 빨간옷을 입는 차이 2022. 11.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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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차이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쌀을 씻다가 문득 주미경 시인의 나 쌀벌레야 시집이 떠올랐습니다. 쌀벌레는 없었지만 작디작은 까만 쌀벌레가 얼굴 가득 흰 쌀가루를 묻히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릴 땐 귀엽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 쌀벌레를 동시집에서 다시 볼 수 있다니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책의 제목과 같은 나 쌀벌레야를 살펴보겠습니다. 

 

 

 

 

나 쌀벌레야

 

너 쌀 속에서 놀아 봤니

누가 쌀독 밑으로 더 깊이 내려가나

누가 더 하얗게 쌀가루를 뒤집어쓰나

쌀독이 열리고 바가지가 내려올 때

누가 빨리 피하나

참, 마지막 놀이는 위험해

아차 하는 순간 저 구멍 위로

딸려 가는 수가 있으니까

요즘은 쌀이 줄지가 않아

우리야 쌀이 넘칠수록 좋지만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얼마나 큰 독 안에서 살까

그 독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바가지를 타고 올라가 볼까

저 동그란 구멍 밖 세상으로 

 

작디작은 쌀벌레가 사람들은 뭘 먹고살까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 시집의 시들은 하나같이 캐릭터가 있어서 한 편 한 편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동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내방송

 

아, 아 오늘

늘 푸른 공원에 약을 친다고 합니다

단풍나무 길 거위벌레 씨

아기 방 창문 꼭 닫아 주세요

벚나무 길 자벌레 씨

아침 운동 참아주시구요

꽃등에 씨 라일락꽃은

비 온 뒤에 찾아 주세요

아, 아

돌배나무 길 비단벌레 씨

비단 마스크 하나

빌릴 수 있을까요.

참, 말매미 씨

바쁘시더라도 

때맞춰 사이렌 부탁드립니다. 

 

곤충들이 사는 세상에서 안내방송이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이런 세상을 알게 된다면 날파리를 보더라도 다시는 해충이라고 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머릿속 하얀 밤

 

전깃줄에 오뚝 선

보름달

다다다 줄 위를 걷다가

휙 돌아앉아

봉 솟아올랐다가

사뿐 내려앉으면서

얼쑤 해야 하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초롱초롱 관객들이 많아서 

 

달이 줄타기를 하며 얼쑤 하고 외친다면, 달이 부끄러워한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세상일까요? 아이들의 세상은 세상 모든 것이 움직이고 모든것이 말을 하고 온갖 실수를 하고 온갖 장난을 쳐도 다 괜찮은 세상입니다. 그 세상을 잠깐 창문으로 구경한 듯한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래와 멀리 시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파래와 멀미

 

20층 아파트로 이사한 날부터

증조할머니는 자꾸 멀미가 난다고 했다

 

완도에서 파래 한 통 올라온 날

바닥에 흘리고

입가에 묻히고

오물오물 파래를 씹던

할머니

 

"어제까지 

시상이 캄캄하고 어지럽더니

이제야 바로 보여야"

 

할머니 눈가에

비릿한 바닷물

멀미도 그쳤다. 

 

할머니의 고향 생각이 아릿하게 전해지는 시였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멀미 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겠습니다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커다란 게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는 사실을 오늘도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이 외에도 재미난 캐릭터들이 동시 전반에 우글우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주미경 시인의 나 쌀벌레야 동시집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상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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