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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송현섭 시인의 착한 마녀의 일기

공모전/좋은 동시

by 날마다 빨간옷을 입는 차이 2022. 11. 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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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차이입니다.
저는 종종 동시를 읽곤 하는데요.
주로 출근 버스 안에서 동시를 읽습니다.
버스를 타면 멀미가 나서
긴 글은 읽기가 힘들기도 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동시책을 들고 읽고 있으면
제 옆을 지나는 사람들이
가끔 힐긋 쳐다보기도 합니다.
'동시'의 사전적 의미는
동시란? 주로 어린이를 독자로 예상하고
어린이의 정서를 읊은 시라고
되어 있기에 그런 듯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동시를 읽을 때마다
통찰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기도 해서
즐겨 읽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송현섭 시인의 동시집
'착한 마녀의 일기'를 읽다가
재미있는 동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토끼는 풀을 지우고, 외할아버지는 토끼를 지우고

시골 외갓집 앞마당에는 나무와 철망으로 만들어진 토
끼 집이 있어요. 늙은 감나무가 자꾸만 이파리를 떨어뜨려, 토끼집은 감잎 지붕을 갖게 되었어요. 토끼집에는 하얀 토끼 한 마리와 하얀 토끼의 그림자 같은 갈색 토끼 한 마리가 살았어요. 외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이슬이 날아간 풀을 토끼에게 주었어요. 눈이 홍시처럼 빨간 토끼들이 쓱싹쓱싹 두 개의 토끼 지우개처럼 풀을 지웠어요. 바닥엔 까만 지우개똥만 가득했지요. 이놈들은 겨울이면 두 배로 클 거야. 외할아버지가 말했어요. 그리고 다음 여름방학, 외갓집에 갔을 땐, 얼룩 토끼와 얼룩 토끼의 그림자 같은 까만 토끼가 있었어요. 어, 하얀 토끼와 갈색 토끼는 어디 갔어요? 아, 그놈들 할아버지가 ●●●●단다. 이 녀석들도 겨울이면 두배로 클 거다. 하하하. 이가 두 개 남은 외할아버지, 아니 외
할아버지 지우개가 말했어요.

어떠신가요?
마치 30초짜리 스톱모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할아버지가 얄궂은 악당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지우개로 표현된 치아가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뒤에 이안 시인의 해설을 보면
이제까지 동시는 할아버지의 이미지 상에
갇혀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시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전복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이미지의 전복으로 새로운 눈을 갖게 합니다.

이와 비슷한 동시가

참매미 보청기라는 시인데요.
이 동시도 호통을 치는
할머니의 모습에 깔깔깔
웃게 하는 매력이 있는 동시입니다.

이 외에도 이 동시집의 제목과 같은
착한 마녀의 일기도 마녀의 이미지를
다르게 해석한 시인의 상상이 돋보이는데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착한 마녀의 일기


하느님, 나의 하느님은
나를 조용히 나무 아래로 불러
검은 넝쿨처럼 자라난 손가락
하나씩 하나씩
예쁘게 잘라 주며 말씀하셨네.

아이고, 나쁜 생각이 많이 자랐구나.
손가락은 내가 가져갈게.

그러나 여전히
왼손은 사나운 수탉, 오른손은 날렵한 사냥꾼.
손가락은 금세 자라나고, 더 길어지고, 더 구부러지고,
완전 검어졌네.

다시 어느 날
하느님, 나의 하느님은
나를 길 가장자리로 불러 말씀하셨네.

얘야, 바삭하게 말린 뱀과 애벌레 팝콘, 원숭이 알사탕,
박쥐 쫀드기, 기린 주스는 불량 식품이야.
먹으면 배가 아파요.
내가 가져갈게.

나는 시옷 자의 풀밭에 누워
기름처럼 둥둥 뜬 흰 구름을 보며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고, 추리했네.

젠장 나는 분명 삥 뜯기고 있는 거야.

어떠신가요? 너무 재미있죠?
여기에서 나온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고, 추리했네.
라는 대목이 이 동시집의 주제인 듯합니다.

동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송현섭 시인의 시집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상으로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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