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올해의 좋은시 이혜미 시인의 '도넛 구멍 속의 잠' 알아보기

공모전/좋은시

by 날마다 빨간옷을 입는 차이 2022. 1. 9. 22:25

본문

반응형

매년 웹진 시인광장에서는 올해의 좋은 시를 선정합니다. 올해는 이혜미 시인의 ' 도넛 구멍 속의 잠'이라는 작품이 선정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한 편의 달콤한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막과 설탕은 다른 듯 하지만 갈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콤한 듯 하지만 그 진한 갈증이 느껴지는, 세계와 세계의 연결과 단절 속에서 시인은 과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이혜미 시인의 좋은 시 같이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넛 구멍 속의 잠


이혜미

당신 그 꿈 얘기 좀 해 봐요 초콜릿이 흘러넘치는 도넛 상자를 들고 설탕 사막을 찾아가던 꿈

고운 모래들이 은빛으로 반짝였고 목구멍을 한껏 열어 바람 냄새를 맡으면 달콤한 입자들이 기도까지 흘러들어왔어요 도넛들과 함께 설탕모래 위를 구르며 이번 생을 자축했어요 이렇게 달콤한 잠이라니 최고다 예상 못한 선물이야 도넛이 많아질수록 새로 생긴 동그라미들이 늘어서고 그들의 중력이 흰사막을 빨아들이기 시작하고 세상이

구멍과 구멍 아닌 것으로 나뉠 때 고대에서 온 인간처럼 거대한 도넛의 주위를 맴돌았어요 설탕 범벅이 된 채 동그랗게 모여드는 하늘을 바라보다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우린 아주 긴 구멍을 가진 도넛들이었군요

이대로 마음을 시작할 수 있겠어요? 당신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낡은 자루에서 설탕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짙어지는 수면으로 고르게 내려앉는 단잠의 소리

코 골 대의 당신은 꼭 웃다가 우는 것 같지 잠든 자의 벌린 입 속으로 흘러들어가 검게 절여진 구멍을 구해올 수 있겠어요? 세 마디로 이루어진 행성이 있어서 우린 생의 대부분을 그 주위를 맴돌며 보낸다고요 매일 새로운 궤도의 웃음을 개발하려

우리가 떠나온 세계에는 더 이상 지어낼 입술이 없군요 깨어나면서, 단것으로 얼룩진 잠을 털어내면서, 구멍이 도넛을 존재하게 하듯 어리석음은 매번 꿈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해내는군요

기억해요 만약 어젯밤 꿈속에 두고 온 영혼이 있다면 수상하고 달콤한 도넛 속에 웅크려 당신을 기다린다는 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