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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시인의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알아보기

공모전/좋은시

by 날마다 빨간옷을 입는 차이 2022. 11. 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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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차이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있는데요 바로 김기택 시인입니다. 시를 모르던 시절 시집을 뒤적이다가 처음 시가 재미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 준 시인인 까닭입니다. 김기택 시인의 시는 쉽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통찰력이 있어 읽고 나면 찬물로 머리를 감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수능시험 지문으로도 많이 출제된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시를 보며 많은 분들이 김기택 시인을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소'라는 시집에 수록된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은 다음번에 소개해 보도록 하고 오늘은 비교적 최근 시집 '울음소리는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시집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김기택 시인의 시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시마다 위트가 있고 때론 중심을 때리는 힘이 있는데요 시인의 이러한 개성이 고스란히 베어든 시집의 제목인 것 같습니다. 먼저 '개는 어디에 있나' 시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는 어디에 있나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깨도 그저께도 그끄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히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하는데

어디서 삼삼오오가 나타나 수군거리는데

흥분한 목소리는 경비와 다투는데 

 

울음소리만 혼자 미쳐 날뛰게 놔두고

아파트 모든 벽들이 대신 울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어떠신가요? 위트가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인의 시에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으셨나요? 시인이 그려내고자 한 보이지 않는 개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유령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마음에 두면 마음에 있고, 그곳에 두면 그곳에 있는 귓속을 맴맴 돌며 불안과 고통과 두려움을 컹컹 짖는 존재를 잠깐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화살

 

과녁에 박힌 화살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찬 두부 속을 파고 들어가는 뜨거운 미꾸라지처럼

머리통을 과녁판에 묻고 온몸을 흔들고 있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속도로 나무판 두께를 밀고 있다

과녁을 뚫고 날아가려고 꼬리가 몸통을 밀고 있다

더 나아가지 않는 속도를 나무속에 욱여넣고 있다

긴 포물선의 길을 깜깜한 나무 속에 들이붓고 있다

속도는 흐르고 흘러 녹이 다 슬었는데

과녁판에는 아직도 화살이 퍼덕거려서 

출렁이는 파문에 나이테를 밀며 퍼져나가고 있다

 

시인은 화살의 움직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찬 두부 속을 파고 들어가는 뜨거운 미꾸라지처럼 머리통을 과녁판에 묻고 온몸을 흔들고 있다는 대목이 뭐라 말할 수 없는 마음의 한 부분을 찌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찰나의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것 처럼 느껴지지만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시간을 담고 있는것 같은 느낌에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이제까지 두 편의 시를 알아보았는데요. 이밖에도 정말 재미있는 시가 많은 시집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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